스페셜티 커피분위기 있는혼자 가기 좋은숨은 명소
TWENTY MAR
올드타운
09:00 - 18:00
치앙마이 구시가지 한복판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입구를 지나면, 묵직한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와 압도적인 오디오 사운드가 먼저 공간을 채웁니다. 어둡게 조율된 조명, 빈티지 가구, 화려한 아트워크는 록밴드 프론트맨 같은 바리스타의 개성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슬레이어 에스프레소 머신을 비롯한 고가의 장비가 바를 채우고 있어 커피에 대한 진심은 단번에 느껴지지만, 노트북을 든 사람에게는 첫 순간부터 방향이 다르게 읽힙니다. 오래 타이핑할 장소라기보다, 잠시 멈춰 미각과 청각에 집중해야 하는 곳에 가깝습니다.
좌석만 놓고 보면 업무 목적과는 잘 맞지 않습니다. 내부에 앉을 수 있는 인원이 10명 안팎일 정도로 공간이 작고, 테이블도 노트북과 마우스를 함께 쓰기에는 낮고 좁습니다. 가죽 소파류의 착좌감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허리를 세우고 화면을 바라보며 타건하기에는 자세가 금세 무너집니다. 만석일 때는 추가 손님을 단호하게 돌려보낼 만큼 공간의 밀도와 분위기를 엄격하게 관리하는 곳이라, 자리를 오래 차지하고 있다는 느낌 자체가 꽤 큰 압박으로 다가옵니다. 작은 공간 안에서 한 좌석이 차지하는 의미가 크다 보니, 노트북 작업자의 체류가 더 눈에 띄는 구조입니다.
전원, 조도, 소리도 작업보다는 감상 쪽에 맞춰져 있습니다. 노트북이나 태블릿을 충전하며 오래 머물 수 있도록 배려된 전원 단자는 찾기 어렵고, 낮게 깔린 실내 조도는 화면이나 텍스트를 오래 볼수록 눈을 피로하게 만듭니다. 와이파이는 제공되지만 실제로 이곳에서 오래 온라인 업무를 이어갈 상황은 많지 않습니다.
수준 높은 음향 기기에서 흐르는 재즈나 소프트 음악은 분명 훌륭하지만, 업무를 받쳐주는 백색소음이라기보다는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감상용 사운드에 가깝습니다. 음악의 존재감이 워낙 커서 집중을 돕기보다 잠시 일을 멈추고 듣게 만드는 순간이 많습니다.
대신 작업을 잠시 내려놓는 순간 이 공간의 가치는 선명해집니다. 더티 커피 계열의 시그니처 메뉴는 치앙마이 안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완성도가 높고, 한 잔을 내어주는 바리스타의 진지한 퍼포먼스도 충분히 볼거리입니다. 하루 종일 머무르는 데이패스형 공간의 평범한 커피와 비교하면 가격이 다소 높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하이엔드 스페셜티 커피와 독보적인 무드에 지불하는 비용으로 보면 납득할 만합니다. 커피를 마시는 동안만큼은 생산성을 따지는 마음보다 공간의 밀도와 맛을 온전히 느끼는 쪽이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마감 업무나 화상 회의를 처리하려고 노트북을 열 장소로 추천하기는 어렵습니다. 작업하기 좋은 요건은 거의 없고, 작은 공간과 제한적인 체류 감각 때문에 오히려 업무 흐름을 끊어내는 편에 가깝습니다. 하루의 무거운 일을 끝낸 뒤 스스로에게 주는 보상 같은 시간이 필요하거나, 화면에서 눈을 떼고 커피와 음악의 균형에 온전히 몸을 맡기고 싶을 때 방문하면 만족도가 훨씬 높습니다. 각 잡힌 워크스페이스가 아니라 일과 일상 사이에 놓는 짧은 쉼표로 바라보는 것이 맞습니다.